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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개그맨 최홍림 프로골퍼1호 말기신부전증 기러기 아빠 친형 최길림씨 어린시절 상처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프로그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이 우리시대에 외치는 목소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238회
내게 남은 8% 개그맨 최홍림

칠전팔기의 사나이, 개그맨 출신 프로골퍼 1호 최홍림!

1987년 제 1회 대학 개그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개그맨 최홍림. <꼭지와 깍지> <청춘교실>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쏟아지는 개그맨들 사이에서 최홍림은 설 자리를 잃었고 더 이상 방송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브라운관이 아닌 바로 골프장이었다. 


TV에 나오는 동료들을 보며 박탈감에 도무지 견디가 힘들었다는 최홍림. 우울증까지 앓던 그는 결국 가족들이 있는 미국행을 택했다. 우연히 미국에서 골프방송을 보게 된 최홍림은 그 순간 골프를 통해 방송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게 됐다. 그날로 골프를 시작한 최홍림은 2002년 최초의 ‘개그맨 출신 프로골퍼’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14년 만에 한 방송을 통해 복귀했다. 어떤 고비가 닥쳐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역경을 헤엄쳐 나오는 칠전팔기의 사나이, 개그맨 최홍림의 일상을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본다.

방송은 너무 하고 싶은데 불러주는 데는 없고,TV 속에 나오는 동료들보면 속상하고 그래서 점점 안 보게 되고...나중엔 우울증까지 오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이 있는 미국에 간 거죠.
하루는 미국에서 TV를 보다 골프 채널을 보게 됐어요.
그때 문득 내가 골프를 잘 치게 되면,
골프전문방송인 쪽으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MC나 사회자나?
그래서 골프를 치기 시작 한 거예요 미국에서 혼자.
- 최홍림 int



기러기 아빠 최홍림의 마지막 남은 8%

데뷔 33년 만에 처음 맞이한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도 쌓이고 사업도 자리를 잡던 시기에 최홍림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바로 말기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 3년 전 처음 진단을 받을 땐 관리만 잘하면 10년도 쓸 수 있다던 신장기능이 3년 만에 8%로 악화된 것이다. 


어떤 질병보다 관리가 중요한 신부전증, 기러기 아빠로 지난 3년간 고군분투하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한 것이다. 지난 3년, 최홍림은 사람들이 찾아줄 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방송국과 골프장을 밤낮없이 뛰어 다녔다. 챙겨주는 가족이 없다보니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 사이 신장은 손 쓸 새 없이 망가졌다.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지만 치료를 받게 되면 지금처럼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에 최홍림은 자신이 아픈 것 보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제가 만약에 수술을 하면 이제 방송은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수술이 먼저다, 건강이 먼저다 이야기하지만
저는 제 아내한테도 훌륭한 남편이 되고 싶고
딸한테도 열심히 방송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주변에선 빨리 수술해야한다고 하는데 제 마음 같아선
일단 방송 녹화 하다가 쓰러지면 수술을 할까,
당분간은 수술을 안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 최홍림 int


3년 전, 아내의 한식당 사업과 딸의 학업 때문에 모녀는 함께 중국으로 가게 됐다. 가족이 떨어져 있던 시기에 남편의 건강이 악화돼 아내 도경숙 씨는 모든 게 본인 탓인 것만 같다. 마침 딸의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아내와 딸. 오랜만에 본 남편은 몸무게가 무려 5kg나 빠져 있었다. 아픈 남편을 두고 곧 다시 중국으로 가야하는 아내 도경숙 씨는 줄곧 한국에 혼자 있을 남편의 끼니 걱정뿐이다. 방학 때만 잠깐 아빠를 볼 수 있는 딸은 혼자 남을 아빠 걱정에 아빠 얼굴만 봐도 눈물이 흐른다.

저는 곧 다시 중국으로 가야하니까...
중국가서 우리가 걱정할까봐 본인 아픈 얘기를 잘 안해요.
우리말고 본인 몸 걱정만 했으면 좋겠고 아침은 꼭 챙겨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신부전증은 음식 간을 조심해야 하는데
저 없다고 바깥 음식만 사먹을까봐 걱정이에요
- 아내 도경숙 int


‘미워도 다시 한번’ 40년간 의절했던 형과의 조우는 가능할까?

최근 진행된 검사에서 신장기능이 8% 남았다는 진단을 받은 최홍림. 지난 2월 14%가 남았다던 검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6개월 만에 무려 6%나 떨어졌다. 투석이나 이식수술로 신장기능을 대신해야할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런 최홍림에게 애타게 기다렸던 소식이 전해졌다.


 누군가 신장을 공여해주겠다는 것. 그러나 최홍림은 기뻐할 수가 없다. 신장을 공여해주겠다는 이가 40년 가까이 연락을 끊고 지냈던 친형 최길림 씨이기 때문이다. 40여 년 전, 지독히도 가족들을 괴롭혔던 형이었다. 형은 어머니가 돈을 주지 않으면 애꿎은 홍림과 누나들을 두들겨 패곤 했다. 심지어는 돈을 주지 않는다고 집에 불을 지르고 집문서를 들고 도망가기도 했다. 형 때문에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 모든 걸 보고 자란 최홍림에게 형은 ‘공포’ 그 자체였다.

형이라는 존재는 나한테는 원수였죠.
형이 죽어야 내 상처가 씻어질 거라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긴 시간 안 보다가 신장 준다고 하니까 연락 하는 것도 우습고...
형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덥석 신장을 준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아직 용서가 힘들기도 해요 상처가 너무 커서.
형은 손을 내민 것 같은데 제가 내민 손을 잡기가 힘드네요.
그 손을 어떻게 잡아야 되는 건지 꽉 잡아야 되는 건지
악수 하듯이 잡아야 되는지... 용기가 잘 안 나요
- 최홍림 int


그런 형이 ‘홍림이에게 그동안 해준 게 없으니 신장이라도 주고 싶다’며 동생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식 소식이건만 최홍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덥석 신장을 주겠다고 한 형이 고마우면서도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울컥 울컥 분노가 치솟는다. 맞았던 몸의 상처는 모두 아물었지만 마음에 남은 상처가 너무도 커 용서가 쉽지 않은 것이다. 애꿎은 형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만 폈다 접었다하는 그다. 과연 최홍림은 어릴 시절의 상처를 딛고 형에게 연락할 수 있을까?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형이 내민 손을 이제는 잡을 수 있을까? 40년의 미움을 뛰어 넘는 형제의 뜨거운 화해와 용서의 여정이 <사람이 좋다>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신장이 나빠진 게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인가?
형하고의 관계가 안 좋으니까 이렇게라도 화해하라고
부모님이 신장을 나쁘게 한 건가? 이런 생각도 가끔씩 들어요.
- 최홍림 int

많은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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